✔ 젊은 인도
인도는 올해부터 공식적으로 세계 1위(14억2862만명) 인구국이 됐습니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인도는 2027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의 경제국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도는 젊습니다. 평균 연령이 28세로, 중국 39세에 비해 월등히 낮습니다. 특히 25세 미만 인구가 전체의 40%를 넘길 정도로 잠재적 생산인구와 소비가 탄탄한 특징을 보입니다.
인도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인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경제가 침체되는 와중에도 6~7%의 고성장을 보였습니다. 코로나가 절정에 이르렀던 2021년 2분기에는 사상 최대치인 20.1%의 폭발적인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죠.
✔ Made in India
애플 최신형 모델 아이폰14에 'Made in India' 라벨이 붙었습니다. 이미 2017년부터 인도에서 아이폰이 생산됐지만, 최신 기종을 인도에서 생산한 것은 처음입니다. 세계적으로도 공급망 운영을 잘 하기로 유명한 애플이 생산 기지를 '인도'로 옮긴 내막은 무엇일까.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중국의 코로나 봉쇄 정책과 협력업체 폭스콘 공장의 가동중단으로 아이폰 생산에 차질을 빚었습니다. 4분기 매출은 1172억달러(약 152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한 수치입니다.
복수의 외신을 보면, 인도의 정부 관계자는 애플이 인도 내 생산량을 전체의 25%까지 늘릴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궈밍지 티에프(TF) 국제증권 연구원은 이보다 더 높은, 40~45%까지 생산 비중을 높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물론 애플이 인도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닙니다. 애플이 빠르면 올해 5월부터 맥프로와 맥북을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생산할 것이라 관측도 나옵니다. 특히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생산 거점을 다각화하는 단계로, 향후 ▲미국(리쇼어링)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이 새롭게 짜여질 전망입니다.
✔ 재고는 유제품
애플 CEO 팀쿡(Time Cook)은 "재고는 유제품과 같다"라며 "아무도 상한 우유를 마시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오늘날 애플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팀쿡의 앞서나간 공급망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경제학에서 계란을 한 바구니 담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팀쿡은 중국에 생산비중을 과도하게 높게 둔 탓에, 앞서 언급한 폭스콘 공장의 가동중단 외에도, 미중 패권전쟁 여파로 곤란한 처지에 있습니다.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은 탓에, 단기간에 생산 물량을 대체할 플랜B, C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라는 바구니에 너무 큰 비중을 뒀던 게 오히려 독이되어 공급망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기 때문입니다. 중국 덕분에 웃고, 중국 때문에 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 애플과 인도가 닮은 점
이제 기업들은 경제적 논리 외에도 질병이나 정치적 이슈 등의 돌발 변수까지 '공급망' 전략에 녹여내야 합니다. 애플이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와 동시에 동남아 여러 국가로 생산기지를 분산하는 것도 '중국' 리스크에서 배운 교훈으로 보입니다.
그중에서도, 인도에 주목하는 이유는 애플과 인도의 교집합 때문입니다. 인도는 코로나를 거치면서 '물류' 그리고 공급망 부분에서 상당한 차질을 빚었습니다. 해운산업이 일부 국가와 기업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목도했죠. 배를 구하지 못 해 수출운임이 급등하거나, 수출이 중단되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꼈을 겁니다.
2022년 12월 1일자로 인도는 G20 의장국을 맡았고, 실제 물류 부문의 불공정성에 관해 언급했습니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물류비의 불투명성을 지적하기도 했으며, 신뢰할 수 있는 자체적인 (물류) 라인 구축의 필요성도 언급했죠.
공급망과 물류라는 두 키워드는 인도와 애플의 교집합입니다. 인도는 항만 개발을 비롯해 물류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자국 기업의 수출을 촉진하고,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물류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어느 때보다 절감하고 있죠.
코트라 박병국 콜카타무역관에 따르면 인도는 현재 민간 참여(PPP)를 통해 프로젝트 개발 및 물류 효율화를 추진 중입니다. 또 6개의 대형 항구개발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인도의 전략적 판단과 애플의 생신기지 이전은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애플은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시급히 찾아야 하는데, 때마침 인도는 자국 제조·수출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물류망에 투자를 준비 중입니다. 더구나 인도는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까닭에, 정치·외교적으로 갈등을 빚을 일도 거의 없죠.
✔ 역발상
인도시장은 우리에게도 기회입니다. 인도에는 유선전화가 거의 없습니다. 무선통신이 일반적이죠. 인도를 비롯해 급격하게 첨단화로 성장하는 국가들은 우리가 해왔던 방식이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도는 12억명의 생체 ID를 등록했다고 합니다. 생체인식 기술이 발전되면 신용카드나 주민등록증을 갖고 다닐 필요도 없겠죠. 스마트폰 보급률도 60%가 넘어, 7억명이 넘는 인구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정말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있는 시장입니다. 유튜브 이용자도 많아, 발로 치이는 게 수십만 유튜브라는 우스갯 소리도 있습니다.
물류 관점에서 보자면, 막대한 돈을 투자해 도로 인프라를 깔고 트럭기사를 모으는 이런 번거로움을 겪느니, 군집주행 대형 물류드론을 띄우는 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일종의 역발상을 해보는 거죠.
단순히 우리가 관성적으로 해왔던 방식으로 진출하는 것보다, 전혀 새로운 방식의 물류 구조를 짤 수 있는, 재미있는 시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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