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의 판례
지난해 12월 유럽에서 개별 판매업자들의 가품 판매에 대한 오픈마켓의 책임을 묻는 판례가 나왔습니다. 바로 아마존인데요. 2019년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이 디자인 특허를 침해한 제품이 아마존에 유통되고 있다며 벨기에, 룩셈부르크 법원에 상표권 침해 소송을 낸 것이 시작입니다.
크리스찬 루부탱의 주장에 따르면 제품은 빨간색 밑창(레드솔)이 특징인데, 이 디자인을 침해한 제품이 아마존에서 유통되고 있고, 아마존은 이를 방관하고 광고까지 진행해 판매를 촉진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ECJ(유럽사법재판소)는 크리스찬 루부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볼 때 개별 판매업자들이 아닌 아마존을 신뢰하고 구매했다는 겁니다. 또한 아마존이 풀필먼트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가품 중 일부를 보관하고 배송했으므로 책임이 명확하다는 것이죠.
업계에서는 이 판례를 매우 주목하고 있는데요. 다른 명품 브랜드들을 비롯한 글로벌 브랜드사들도 오픈마켓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죠.
✔ 미국도 법안 발의
미국 의회에서도 가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에 대한 책임을 묻는 '숍 세이프(shop safe)'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아마존과 이베이 등의 오픈마켓도 가품이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내용을 살펴보면 오픈마켓은 가품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기술을 도입해야 하고, 3번 이상 가품 거래에 연루됐다면 판매업체를 퇴출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품을 판매했다고 판명된다면 관련 정보를 기관과 등록자(요청 시)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하죠.
2021년 5월 미국 상원의원 크리스 쿤스(Chris Coons)는 해당 법안에 대해 "일부 제3자 판매자가 소비자의 신뢰를 이용하여 건강 및 안전 위험을 초래하고 합법적인 브랜드 평판을 손상시킨다"며 "SHOP SAFE Act는 소비자를 보호하고 더 큰 투명성과 책임을 장려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 국내에서는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쇼핑몰 거래액은 2018년 약 113조원, 2019년 약 136조원, 2020년 약 157조원으로 꾸준하게 증가했습니다. 동시에 특허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 위조상품 신고 건수도 2018년 5426건, 2019년 6661건, 2020년 16693건으로 증가한 모습입니다.
최근 범고래라고 불리는 '나이키 덩크로우SP(DD1391-100)'의 가품으로 추정되는 제품이 티몬에서 판매되고 있어 논란이 됐는데요. 해당 제품의 정가는 12만9000원인데 티몬에서는 5만6900원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네이버의 리셀플랫폼 KREAM에서는 동일 제품이 13~15만원 정도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티몬은 우선 해당 제품을 차단 조치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직접 '나이키 X 슈프림 에어포스 1 로우 플렉스(DN1555-200)'를 국내 오픈마켓에 검색해봤습니다. 최저가로는 6만원대부터 비싸게는 60만원대까지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며 몇몇 제품은 100% 정품이라는 명시도 되어있습니다. 해당 제품의 정가는 150달러로 약 20만원이며, KREAM에서는 동일 제품이 약 3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가격의 편차가 나는 걸까요? 저희는 그중 A사 고객센터로 전화를 해서 질문을 해봤습니다. 해당 판매상품의 정품 여부를 묻자 "구매 전에는 정가품에 대한 사실이나 조치를 취해줄 수 없으며, 구매 후에 다시 문의를 주면 관련 부서로 연결해주겠다"며, "고객이 알아서 판단해서 구매하셔야 될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 오픈마켓이 신뢰받으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 고객센터에 문의했을 때 선제적인 조치나 장치가 없어 쓸쓸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현재는 오픈마켓이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되고 있어 거래에 대한 법적인 책임이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이와 관련된 법안을 2020년 1월26일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이 ▲상품판매매개자의 간접책임 규정 도입 ▲상품판매매개자가 주의 의무를 다한 경우 책임 면제 등을 골자로 발의했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입니다.
이번 판례 같은 경우는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이기 때문에 향후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 판결이 나올 수 있을지 조금 신중하게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다만 국내 오픈마켓에서도 이런 유사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어, 법적인 제도가 마련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가품을 분별할 수 있는 내부의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건전한 온라인 쇼핑 문화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