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일하면 ‘살아있음’을 느껴서 좋아”...동행취재/ 마포구 ‘젠틀맨 택배’

Author : Reporter_ / Date : 2015. 11. 16. 10:58 / Category : 기획

반응형

일자 : 2014년 8월

“그래도 일하면 ‘살아있음’을 느껴서 좋아”

택배, 노년층 일자리로 ‘주목’

문의 및 제보 : logipress@hanmail.net



“한평생을 시내버스 운전사로 일했는데, 지난해 일을 관뒀거든. 일을 관두고 집에만 있다 보니 좀 적적하고 일상이 무료하더라고. 우연히 ‘젠틀맨택배’를 알게 돼 지금 3개월째 일하게 됐지. 일을 하면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껴서 좋아.”

 

‘젠틀맨 택배사업’ 배달원으로 일하는 서수길(71세)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버스 운전대를 잡고 지난해까지 서울 시내에서 버스를 몰았다. 일생을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고 지난해 집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차에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본인의 인적사항을 적어줬다. 집에 있는 것이 답답해 본격적인 구직활동에 나선 것이다.

 

얼마 뒤 마포구에서 연락이 왔고, 서수길 할아버지는 마포구에서 시행한 ‘젠틀맨 택배사업’ 첫 배달원으로 인생 2막을 열었다. 젠틀맨 택배사업은 마포구에서 지난 5월부터 시행한 시장형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마포시니어클럽에서 마포우리복지관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시행한 사업이다.

 

젠틀맨택배 사업의 담당자인 유승범 사원은 반듯한 이미지로 주변 어르신들로부터 평판이 좋았다. “마포구 배달인원은 10명으로 예산이 배정되어 있어요. 그런데 아직은 사업 초기단계이다 보니 일거리가 많지 않아 어르신들이 격일로 근무해요.”

 

지난 5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한 젠틀맨택배 사업은 이제 3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아직까지 물량은 적은편이다. 하지만 한복집과 꽃집을 중심으로 꾸준히 단골고객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비교적 어르신들이 배달하기 쉬운 물건을 찾다보니 한복과 꽃바구니가 눈에 들어왔어요. 특히 마포구에 한복집과 꽃집이 많다보니 물량도 차츰 늘어나고 있고요. 지금 사업을 시작한 지 3개월째인데 단골손님도 꽤 생겼습니다.(웃음)”

 

젠틀맨택배는 일반택배와 마찬가지로 월요일과 금요일에 물량이 많은 편이다. “보통 어르신들은 9시에 출근하셔서 오후 5시까지 사무실에서 대기하시면서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을 나가요. 일찍 출근하시는 순서에 따라서 배달순서도 정해지죠. 물량은 보통 월요일과 금요일에 많은 편이고, 일평균 배달건수는 4~5건 정도예요. 아직 많이 노력해야죠.”

 

유승범 사원은 젠틀맨택배 사업을 시작하면서 ‘홍보’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강조한다. 홍보가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에 따라 사업이 순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달 22일(화요일)은 비교적 한가했다. 11시가 좀 넘어서 기다리던 전화벨이 울렸다. 마포구 인근에 위치한 한복집에서 배달을 의뢰한 것이다. 함께 동행취재에 나선 백행우(75세)할아버지는 본래 집이 효창공원(용산구) 근처인데 지인의 소개로 젠틀맨택배 배달원으로 일하게 됐다. 백행우 할아버지가 일을 시작한 지는 2주 남짓. 다소 연세가 있었지만 유승범 사원의 설명에 귀를 기울여 출발지와 도착지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고 배달에 나섰다.


  

첫 배송을 의뢰한 A씨는 한복 두 벌을 서울예술의전당 내 국악원으로 배송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미 여러 차례 젠틀맨택배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A씨는 기존에 퀵서비스를 이용했지만, 젠틀맨택배 관계자의 권유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 A씨는 “서비스와 가격 모두에서 만족해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젠틀맨택배를 이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날 백행우 할아버지가 건네받은 배송료는 7000원. 기본 배송료 5000원에 도보 이동거리가 1km 이상일 경우 추가요금이 발생해 2000원을 추가로 받았다. 또 같은 마포구에서 마포구로 이동할 경우 기본요금이 적용되지만 마포구에서 도봉구로 배달이 될 경우 3000원의 추가요금이 발생한다. 거리에 따라 적용되는 요금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포우리복지관에서 출발해 서울예술의전당 국악원까지의 지하철 이동거리는 총 16개역으로 40분이 소요됐고, 도보이동거리 1km를 조금 넘었다.

 

“3년전까지 나도 대리석 시공·설치하는 일을 했었지. 근데 나이가 많다고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더라고. 25살 때부터 시작한 일이었는데… 집에만 있으니까 답답하기도 하고 적적하더라고. 그러던차에 주변에 지인이 젠틀맨택배를 소개해줘서 이 일을 해보게 됐지. 아직 일한 지 2주가 좀 넘었는데 다들 친절하게 잘해주더라고.”

 

백행우 할아버지는 본래 대리석 시공·설치일을 전문적으로 해왔는데 3년 전 갑자기 회사에서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백행우 할아버지는 “오늘 우리가 가는 예술의전당에 설치된 대리석도 내가 작업했었지”라며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남부터미널역에 도착하니 12시10분쯤 됐다. 한창 폭염주의보가 나돌던 때라 날씨가 무척이나 후덥지근했다. 약 1km를 걸어 예술의전당 국악원에 도착하니 물품수령인 B씨가 앉아 있었다. 국악원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B씨는 기자의 사진촬영 요구에 “아직 메이크업을 안 한 상태이기 때문에 정면사진은 곤란하다”며 “뒷모습만 나오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요구했다.


 

물건을 배달하고 다시 발길을 돌려 마포우리복지관으로 향하니 1시가 훌쩍 넘었다. 배달을 완료한 백행우 할아버지는 배송비 7000원의 80%인 5600원을 손에 쥐었다. 나머지 20%(1400원)는 우리마포시니어클럽에서 공제금액으로 사용한다. 약 2시간 동안 5600원을 번 셈이다. 이 금액에 더해 우리마포시니어클럽에서 ‘전단지 배포’ 등의 홍보활동 명목으로 배달원에게 추가적으로 비용을 지급한다. 임금은 월급제로 매달 5일 우리마포시니어클럽 측에서 배달원들에게 일괄적으로 입금해준다.

 

젠틀맨택배 사업초기에 참여해 3개월째 배달원으로 일하는 서수길 할아버지는 배달 일을 하면서 ‘살아있음’을 느껴서 좋다고 말한다.

 

“처음에 꽃바구니를 배달하기 위해 전철을 탔을 때 쑥쓰러운 맛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익숙해지더라고. 오늘은 집에서 휴대폰을 두고 갔다고 해서 휴대폰을 배달해주고 오는 길이야. 이렇게 세상 돌아가는 일도 보고 사람들도 만나니까 더 건강한 것 같애. 또 가끔 물건을 배송해주면 따뜻한 말도 건네고 시원한 물이나 음료수도 건넨다니까.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직 세상이 따뜻하다고 느끼지.”

 

일생을 버스 운전대를 잡고 살아온 서수길 할아버지는 이제 버스 운전대가 아닌 꽃바구니를 들고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일을 하면서 ‘살아있음’을 느낀다던 서수길 할아버지의 한마디가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출처 : <코리아쉬핑가제트>

반응형
반응형

Search

Follow Me

Copyright © LOGIBRIDGE All Rights Reserved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