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화 투자 리스크
쿠팡 대구센터의 총 투자비는 4000억원 이상이며, 자동화를 도입했기 때문에 수익모델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소팅봇(sorting bot, 분류 로봇), AGV(Automated Guided Vehicle, 무인운반차량), 셔틀(shuttle) 등 국내 자동화 설비 중 흑자 운영모델은 전무한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자동화 설비에 수천억원을 투자하기보다는 캠프의 수작업을 줄이는 것이 선행됐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일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되는 휠소터(wheel sorter)류의 자동화를 우선적으로 진행하여 현장의 캠프를 효율화하는 것이 우선이었다는 거죠.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여 말씀드리면 아직 시운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장비가 도입되고 있습니다. 대구센터의 자동화는 홍보적인 측면으로는 좋으나, 인건비로 운영되는 타 센터 대비 운영비를 절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향후 대구센터 규모의 자동화 설비를 몇 군데 더 구축하게 되면 오히려 경상이익 악화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자동화는 한 번 도입되고 나면 되돌리기 어려운 점도 안 좋게 작용하고요. 최근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모 식자재 대기업에서 수백억원의 자동화 설비를 도입한 후 인력은 줄이지 못하고, 생산성은 떨어져서 비상이 걸린 상황입니다. 자동화는 도입할 때보다 구축한 후가 중요합니다. 몇 년간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프로그램을 정비하고, 프로세스에 대한 분석, 물동량 에러에 대한 피드백, 설비 재배치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죠. 기존 자동화설비를 철거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국내를 포함해 글로벌로 보더라도 B2B가 아닌, B2C 자동화로 흑자를 낸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물류자동화 업계에서 숭배하던 아마존 키바시스템도 포함된 이야기고요. 아마존도 200개의 풀필먼트센터 중 자동화센터는 30%밖에 안 됩니다. 키바시스템도 수십만명의 피킹인력 필요, 운영공간 낭비요소 발생 등을 이유로 더 이상 추가적인 확대를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 간선 물류비용 부담 쿠팡은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수치인 1000만개의 상품 구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합배송하기 위해 센터 별로 보관 재고를 차등 운영 중이며, 이로 인한 전국 센터 간 간선 물류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반 배송비의 절반에 육박하는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현재 센터 통폐합, 복합물류 형태로 대형화, 서브센터 구축 등의 방법을 실행 중이나 이로 인한 비용 증가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냉장/냉동센터의 과도한 사전 확보로 가동률이 저하되고, 고정비용을 개선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아마존도 미국 전역에 있던 200개, 500만평의 풀필먼트센터를 8개 권역으로 축소, 통폐합 중인데요. 이는 그동안 3억개에 달하는 판매 상품을 빠르게 배송하기 위한 고비용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과거 아마존은 냉장/냉동, 가전, 가구처럼 카테고리가 특화된 상품들, 수천만개의 SKU가 있는 생활잡화, 패션 상품을 각 지역별 센터에 별도로 보관하고, 미 52개주 전국 단위의 간선 이동을 통해 배송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고객의 주문이 들어오면 인공지능이 전국의 센터를 검색해서 재고 유무를 파악하고, 합포장비용과 고객까지의 배송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센터 간 상품을 모은 겁니다. 예를 들어 미 서부에 사는 한 고객의 주문을 수행하기 위해서 재고의 유무에 따라 미 동부에서 서부까지 비행기로 이동해야 하는 거죠. 따라서 수백~천km의 상품 간 이동이 필요하므로 간선 물류비용이 과도하게 요구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그러나 이제는 6~7개주를 하나의 배송 권역으로 묶어 상품을 보관하고, 해당 권역 내에서만 간선 이동과 배송을 진행하는 전략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배송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상품 구색과 물류 네트워크 전략을 조정 중이고요. 센터를 확대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지역에 따라 중소 규모의 센터를 폐쇄하고 초대형 거점센터로 사이즈를 키워가는 모습입니다. 한 센터에서 최대한 다양한 상품을 보관하고, 전통적이고 신속한 배송을 위한 소테이션 센터(분류센터)의 역할과 비중을 키워나가는 복합물류센터전략으로 회귀 중인 거죠. 아마존은 약 6조8천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세계적인 도시국가이기 때문에 전체 물량의 65%가 출발하고, 75%가 도착하는 수도권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각 권역 별로 상품을 운영하고, 물류 네트워크를 구성해 간선 이동 비용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