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와 노무현의 두 번째 공통점은 '물류'의 중요성을 간파했다는 점입니다. 박정희가 경부고속도를 착공하며 내륙물류의 인프라 구축의 초석을 다졌다면, 노무현은 세계로 뻗어 나가는 해양과 항공물류 육성에 힘을 쏟았습니다.
경부고속도로 개통으로 유통과 물류의 이동 시간은 혁신적으로 단축됐고, 덕분에 생산지와 주요 대도시, 수출항으로 이어지는 길목들이 연결되면서 경제가 성장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됐습니다.
노무현은 대선 공약으로 "우리나라를 동북아 물류중심지로 육성하겠다"라고 선언하는 등 물류산업 육성에 상당한 관심을 쏟았습니다. 2005년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동북아 물류허브 추진성과와 향후과제'를 보면 물류허브 선점을 위한 공항시설 확충과 항만배후단지 개발과 인센티브, 동북아 각국의 물류허브 경쟁 가속화 등에 관한 고민이 상세하게 담겨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보면 꾸준히 증가하는 무역과 물동량 등의 추이와 함께, B2B(기업간거래) 중심에서 B2C(기업과개인)로 전환되며, 해외직구와 역직구가 점차 활발해지는 산업구조의 변화를 간파한 혜안이 있는 결정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 박정희와 노무현은 지엽적 관점이 아닌, 먼 미래의 변화를 볼 줄 아는 통찰력이 있는 지도자였음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 20년 후 '오늘'
그렇다면 2023년 현 시점, 앞으로 20년 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대비해야할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상기후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이에 따른 탄소중립과 'ESG'의 시대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작황 부진이나 가뭄 등 예측 불가능한 돌발 요인들이 발생하는 빈도가 더 증가할 것이란 우려입니다. 어쩌면 곡물가격이 폭등하여 더 이상 지금과 같은 풍족한 식량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도 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은 2021년 기준 18.5% 수준으로, 어느 때라도 소비자 물가가 요동칠 수 있는 '식량안보'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부문도 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의 기술 발달에 힘입어 앞으로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강대국들이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이유이기도 하죠. 국제정치와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얽혀 지혜로운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행정수도 이전과 물류 인프라를 구축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고민했던 두 전직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은 달랐을지 몰라도, 국가를 생각하는 국익은 일치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마주할 20년,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조금 더 진진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