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식적으로 HMM 매각을 언급했죠.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2023년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HMM 경영 정상화에 따라 경영권 매각 타당성 검토와 인수 후보군 분석 등을 위한 컨설팅을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될 경우, 인수후보군에 대한 탐색과 분석, 기업 실사 등도 컨설팅을 통해 함께 추진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 대기업에 매각
조승환 장관은 최근 조선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HMM 인수가 적격한 기업은 물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국내 대기업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는데요. 매각의 방향은 국적 원양선사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보다는 향후 해운산업의 발전을 더욱 높이는 전략으로 갈피를 잡은 듯 보입니다.
정부가 국내 대기업을 특정하여 언급했고, 해운업 발전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을 잡았다면, 인수가 가능한 기업은 소수 기업으로 좁혀집니다. HMM 후보로 주로 거론되는 기업은 현대차그룹, 삼성SDS, LX그룹, 포스코홀딩스, SM그룹, 하림 등이 있습니다.
✔ 좁혀지는 후보군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월 27일 진행한 콘퍼런스 콜에서 "HMM 인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언급했기 때문에 후보군에서 제외됩니다. 남은 후보는 5개 기업으로 축약됩니다.
현대차그룹의 물류기업 현대글로비스 또한 4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HMM 인수 가능성에 관해 "현재 고려하는 부분은 없다"라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미 해운업을 운영중이기도하죠.
✔ 농협과 CJ도 있다
결국 예상 가능한 후보군은 크게 LX그룹, SM그룹, 하림그룹의 3파전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 외에 예상할 수 있는 변수로 농협도 제외할 수 없습니다. 농협이나 CJ도 제외할 수 없습니다. 농협은 여전히 준공공기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을 뿐더러, 자산총액 75조3020억원의 대기업에 속합니다.
농협은 농협중앙회를 중심으로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를 큰 축으로, 유통과 제조, 식품, 은행과 보험, 증권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죠. NH농협무역, 농협물류가 있고, 농우바이오를 비롯해 남해화학, 농협사료 등 여러 제조 계열사도 두고 있습니다. 또 농협하나로유통을 필두로 농협유통 등이 있고, 농협목우촌과 농협식품 등 식품계열도 여러 곳 거느리고 있습니다.
농협은 2008년 용대선(선주로부터 배를 용선해 이를 임대해 주는 사업)을 시작으로 해운사업에 직접 진출한 경험이 있으나, 막대한 손실을 보고 접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또 택배사업 진출까지 검토한 바 있어, 물류사업 강화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더구나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준공공기관의 성격이 있어, 국적 선사라는 당초 취지에도 부합할 수 있죠.
CJ그룹도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을 지향하며 그 동안 인수합병(M&A)에 꽤나 열중했는데요. 특히 이재현 회장은 지난 11월 27일 열린 'CEO미팅'에서 2023~2025년은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로 가느냐, 국내시장에 안주해 쇠퇴의 길을 가느냐의 중차대한 갈림길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CJ그룹 브랜드에 악영향을 주는, 택배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이 자금을 통한 HMM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고 봐야죠.
✔ 하림과 SM은?
하림은 벼랑 끝에 있던 팬오션을 인수하여 다시 회생시킨 경험이 있습니다. 2021년에는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어, 항공까지 섭렵한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하려는 야욕을 드러낸 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두달전 해운 계열사 팬오션을 통해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 지분 5.8%(1258억9606만원)에 사들였습니다.
이미 서울 양재동에 도심물류 거점까지 마련한 하림은 육해공을 잇는 '종합물류기업'에 진심인 듯 보입니다. 원자재 조달부터 제조와 생산을 원스톱으로 해결하고, 최종 소비자까지 이어지는 D2C(Direct to Consumer)를 줄곧 강조하는 대목을 보면, 향후 물류 부문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죠.
SM그룹 또한 현재 HMM의 3대주주(5.52%)로 지분을 꾸준히 늘려, HMM 인수에 관심을 갖는 듯 보입니다. SM 측은 단순 투자의 목적이라고 밝혔으나, SM그룹이 지분을 고려하면, 향후 이사 추천권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또 과거 STX그룹이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장내 주식 매입을 통해 우위를 점하려 했던 점을 보더라도, 지금 SM그룹의 HMM 지분 매입은 단순한 투자로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LX판토스 유력한 이유
위에 언급한 기업들 외에 사실 강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이 삼성SDS와 LX판토스입니다. 11조원에 달하는 HMM의 인수 금액을 감당할, 현실성을 감안한 건데요. 그런데 두 기업의 물류 전략은 조금 다른 듯 보입니다.
LX판토스는 직접 하드웨어 인프라를 구축하여 운영하며, 종합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삼성SDS는 IT기술을 중심으로 4PL(4자물류) 등 연결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죠.
여기서 주목할 대목이 조승환 장관의 발언입니다. 조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머스크와 MSC와 같은 대형선사들이 육상 물류를 갖고 있음을 언급하며, 해운과 육상물류 간의 네트워크 연결성을 강조했습니다. LX판토스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으로 전 세계 360여곳의 네트워크를 확보 중입니다. 여기에 HMM 인수를 통해 해운사업까지 진출하면 시너지가 극대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지난해 11월 22일 한국경제 단독보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LX그룹 측은 실무팀을 꾸려 인수 타당성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X판토스는 항공물류 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해 8월 한진칼 지분 3.83%를 확보한 바 있어, 해운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HMM 인수를 충분히 예견해 볼 수 있습니다.
LX판토스의 HMM 인수가 현실화 될 경우, LX판토스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종합물류기업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2021년 기준, 이미 해상 물동량 165만TEU, 항공 14만톤을 기록 중이며, 전 세계 임직원은 9천명에 달합니다.
HMM 인수를 통해 해운업에 진출하면, 자체적으로 창출하는 해상 물동량을 기반으로 머스크, MSC 등과 어깨를 나란히할 수 있을 듯 보입니다. 하지만 HMM의 높은 몸값과 해운시황의 하락세를 보면, 실제 인수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HMM의 새 주인이 누가될지, 관심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