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혁신’은 있지만 ‘공생’은 없다

Author : Reporter_ / Date : 2015. 11. 27. 14:06 / Category :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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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 : 2015년 12월

쿠팡, ‘혁신’은 있지만 ‘공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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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김범석 대표

롯데그룹이 ‘쿠팡’을 벤치마킹 할 심산인가 봅니다. 


26일 머니투데이 단독 보도에 따르면 “롯데 관계자는 다음달 4일 열리는 사장단 회의에서 ‘혁신’을 도입하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쿠팡처럼’을 화두로 제시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롯데마트의 2013년 매출액은 9조2150억원에서 지난해 8조5070억원으로 7.7% 감소한 반면, 쿠팡은 2013년 478억원 매출액에서 지난해 3485억원으로 무려 629.1%나 성장했습니다. 성장세가 매우 가파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전국 단위 대규모 물류인프라 투자 및 자체배송 강화로 인해 영업이익은 저조합니다. 그러나 미국 세콰이어캐피털로부터 1억 달러, 블랙록으로부터 3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고, 지난 6월에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일단은 인프라 확충 등 공격적인 경영에 돌입하는 모습입니다. 


쿠팡 김범석 대표의 통 큰 경영에 위기감을 느낀 건 경쟁 경쟁업체 ‘티몬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티몬 신현성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로켓배송 보다 슈퍼배송이 더 빠르다고 자부했습니다. 티몬은 현재 강남 3구에서 시범적으로 ‘슈퍼배송’을 운용하고 있는데요, 이커머스 기업의 장점인 낮은 비용은 유지하면서 기존 물류기업들의 물류망을 통해 서비스는 강화한다는 전략입니다. 

▲쿠팡맨

쿠팡은 국내 커머스 시장을 넘어 오픈마켓 전체를 장악하려는 모습입니다. 쿠팡이 지향하는 로켓배송 서비스는 선순환입니다. 기업이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충성고객이 늘어나고, 이 덕분에 쿠팡은 매출일 증가한다는 논리죠. 쿠팡은 이렇게 발생한 수익을 다시 고객들을 위해 투자한다고 설명합니다. 


나아가 2017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일자리 4만개를 창출한다고 밝혔습니다. 11월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쿠팡이 강조한 키워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한국경제 견인, 지역경제 활성화 등입니다. 마치 정부에 ‘쿠팡은 창조경제를 위해 노력한다’는 의도를 내비친 듯 보였습니다. 


쿠팡의 문제는 기존 물류기업들과 공생하지 않고, 이들을 적으로 돌렸다는 겁니다. 김범석 대표의 ‘마이웨이’식 경영을 보면 독단적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앞서 티몬 신현성 대표는 기존 물류기업과 협업해 더 나은 물류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물류망은 충분한데, 새롭게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인 결국, 기업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이었겠죠. 또 기존 업계와의 상생도 염두에 뒀을 겁니다. 


쿠팡은 젊은 청년들을 채용해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합니다. 임금도 4000~4500만원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지금 젊은 청년들이 10년 20년 뒤까지 쿠팡맨 자리를 지킬지는 의문입니다. 나이 40대 아저씨가 깍듯하게 인사하며 친절하게 배송하는 ‘쿠팡맨’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습니다. 또 혹시 건강상 문제가 발생한 쿠팡맨에 대해서 어떤 조치를 취할지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젊은 청년들의 열정을 이용하는 건 아닐지 우려가 되는 부분입니다. 


더군다나 쿠팡맨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면 기존 물류기업에 지입 택배기사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내수시장은 한정돼 있고, 결국 아무리 쿠팡이 서비스를 고급화해도 택배물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결국 기존 지입제(지입제는 택배기사가 직접 영업용 번호판과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택배를 배달하는 구조를 뜻합니다) 구조에서 택배 건당 900원의 수수료를 받던 택배기사들의 일감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결국 누군가의 희생이 동반돼야 한다는 거죠. 


▲쿠팡 물류센터 전경

무엇보다 큰 문제는 기존 물류기업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단 해놓고 보자는 식으로 전국 곳곳에 물류센터를 대규모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쿠팡 로켓배송에 대한 여론도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만약 쿠팡의 로켓배송이 합법적이라는 판결이 나면, 다른 유통업체들도 자체배송을 강화하는 식으로 ‘배송전쟁’이 본격화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싸움에서 피를 보는 건 기존 물류기업들입니다. 대단위 물량이탈도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사실 쿠팡의 로켓배송은 시대적 조류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중국의 알리바바나 미국의 아마존도 이와 유사한 다양한 형태의 배송실험을 하고 있고, 이러한 시대적 조류를 읽지 못하다가는 시장에서 ‘낙오’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 쿠팡의 이번 도전이 물류기업들에 자극을 줬고, 배송시장의 선진화 방향에 도화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쿠팡에 일침을 가하고 싶은 건 '상생 정신'이 부재하다는 겁니다. 알다시피 얼마 전 우버가 국내에 진출했다가 철수했습니다. 업계와의 상생이 없었기 때문이죠. 요즘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한다는 취지로 다양한 O2O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카카오택시가 성공한 요인은 기본적으로 ‘업계와의 상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는 더 좋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고, 기존 택시기사들은 일감이 늘었습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우리 O2O 사업은 기존 업계와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견도 보였습니다. 



쿠팡은 현재 한국통합물류협회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11월 4일 열린 공판에서 양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습니다. 이번 소송결과에 따라 기존 물류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쿠팡이 소송에 패하면 심각한 위기에 내몰릴 수 있습니다. 양측은 소모적인 소송을 중단하고,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모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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