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와 국내 이커머스가 협업하는 그림이요?

Author : sjpark-logibridge / Date : 2024. 4. 9. 08:46 / Category :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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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및 제작 : 로지브릿지
◆SK증권 유승우 연구위원

 

지금 국내 셀러들 입장에서 C커머스(중국발 커머스)의 공습이 마냥 좋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의 셀러였는데 그동안 중국에서 소싱해서 받아왔다고 한다면 KC인증, 여러 가지 세금을 내고 사업을 해왔던 거죠. 그런데 지금의 C커머스는 상품을 생산하는 중국인이 셀러로 등록돼서 국내로 수출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국내 셀러’라는 징검다리가 필요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셀러에게 상품을 공급하던 공급자가 셀러의 지위가 돼서 국내로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일감이 사라질 여지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국산 상품을 해외에 역직구 형태로 판매가 가능한 셀러들은 방금 말씀드린 부분이 해당되지 않으므로 이분들을 위한 유인책이 지금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건 큐텐이죠. 국내 셀러들이 좀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 되니까 한국산 상품을 해외에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의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큐텐은 지금 쿠팡과 네이버를 제외한 플랫폼을 대부분 인수했고, 최근에는 AK몰까지 인수했습니다. 국산 상품들을 해외로, 역직구 형태로 판매하는 그런 유통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나서면서 지원해 주는, 정확히는 역직구에 필요한 물류, 풀필먼트 형태의 지원을 해주는 플랫폼으로 포지션을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런 역직구를 제외한 셀러들은 중국의 공급이 뼈아프게 다가올 수 있고요. 직접 아예 중국으로 넘어가서 하거나, 상품 자체를 국내에서 조달하는, 역직구 형태의 접근이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재미있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특히 쿠팡은 등장 초기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으나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들 중 가장 먼저 상장하게 되면서 세간을 놀라게 했죠. 그 이후로 반 쿠팡 전선, 강력하게 연대감이 형성되는 모양새였습니다.

 

네이버는 쿠팡과는 좀 다른 스타일의 커머스 전략을 구사하면서 양강구도로 흘러왔는데요. 그래서 반 쿠팡 연대의 물류기업들이 얼라이언스 형태로 묶이게 되는 그림도 있죠. 그 와중에 해외 플레이어, C커머스가 들어오게 되면서 흥미로워지는 양상인 것 같아요.

 

네이버의 NFA에 속해있는 물류사 중 가장 큰 곳은 CJ대한통운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C커머스가 들어오게 되면서 알리(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물류사 역할을 CJ대한통운이 대부분 담당했었죠. 그러나 최근에는 물류 입찰을 진행하면서 영원할 줄 알았던 이 그림이 깨졌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쿠팡도 어쨌건 물류사업자 라이선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은 더 재밌어집니다. 오월동주도 가능하다고 보거든요.

 

무슨 말이냐면, ‘쿠팡이 알리 또는 테무와 굳이 경쟁을 해야 되는가?’라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쿠팡 입장에서는 물류사의 역할로 이미 전국 물류망을 갖추고 있고, 앞으로도 수조원대의 지출을 통해서 전국 당일배송망, 로켓배송망 구축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죠. 그렇다면 쿠팡이 ‘우리가 물류 다 해줄 테니 독점 계약하자’라는 제안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저가상품 공세, C커머스의 공습이 쿠팡이나 네이버에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걸로 인식이 되고 있는데 사실 이 마케팅은 지속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이런 제안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쇼피파이와 아마존의 협업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죠. 사실 쇼피파이가 아마존과 경쟁구도로 잡혀가면서 점유율이 많이 뺏길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는데 오히려 아마존이 물류사로서의 기능을 하게 되면서 협업하는 그림이 해외에서는 나오고 있습니다.

 

쇼피파이와 아마존도 대형 커머스 플랫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C커머스가 국내에 진출할 때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면서 별도로 물류망을 구축하기보다는 쿠팡과 협업해서 시장을 나눠 먹는 그림. 쿠팡 입장에서도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를 대만으로 시작해서 타진하고 있는데, 중국시장 등으로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기회, 이런 부분들도 가능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반드시 그렇게 된다고 보는 것이 아닌,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는 거고요.

 

 

이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사실 포화된,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전체 리테일 시장에서 이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봤을 때 더 이상 먹을 게 없는 시장이거든요. 여기에 C커머스가 들어와서 저가 상품의 공습으로 시장점유율을 유의미하게 가져가려는 것은 맞지만, 이 그림이 계속 이어지면서 쿠팡과 네이버가 탈락한다. 이것보다는 기존 플레이어들과 협업하는 그림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네이버의 최수연 대표도 직접 말씀하셨죠. 네이버의 커머스가 쿠팡한테 추월당한 이후로 어떡할 것이냐, 추가 성장 전략을 무엇이냐 이런 고민이 많았을 텐데 C커머스까지 가세하니까 주주총회에서도 날이 선 질문들이 많았어요. 네이버도 충분히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으며, 오히려 C커머스들이 상당한 마케팅 비용을 태우면서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네이버라는 검색 엔진으로서, 광고채널로서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하는 바가 있고요.

같은 맥락에서 국내 플레이어들과 C커머스의와의 전략적 협업이 전혀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 않는다, 귀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이게 플러스냐, 마이너스냐를 생각했을 때 숫자보다는 정성적으로 마이너스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네이버의 커머스 큰 그림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인데 형태가 살짝 달랐죠. 커뮤니티 형태로 가져가는 것을 그동안 추진했기 때문에 각 국의 중고거래 플랫폼을 인수했던 거고요. 그런데 지금 C커머스의 공습과 나란히 세워놓고 보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엣지를 정확히 살려야 할 것 같아요. C2C(개인 간 거래) 글로벌 커머스라는 게 지금 커뮤니티 기능이 더 강력해져야 하거든요. 네이버가 미국 상장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콘텐츠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강화되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쿠팡이 괜히 쿠팡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듯, 오랜 기간 묶어두고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부수적인 소비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매개가 되는 거거든요.

 

이 맥락에서 웹툰이라는 콘텐츠가 네이버의 커머스에 부가적인 가치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을 합니다만 이 역시 확정은 아니고, 가시성이 떨어지는 얘기들도 들려오고 있어요. 쿠팡은 지금 대만에 갔죠. 네이버도 각 지역, 국가마다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연결성을 서비스화해서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는 관점에서 속도가 다소 느리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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