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 sjpark-logibridge / Date : 2024. 2. 20. 10:05 / Category : 기획

◆기획 및 제작 : 로지브릿지
◆한국국제사물류협회 회장 구교훈

결국 인수한 이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200%가량으로 낮은 편입니다. 항공기 리스 등 인프라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비교적 낮은 편이죠. 그런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높기 때문에 결합 이후에는 300%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가 됩니다. 지금 대한항공 부채가 약 20조원, 아시아나항공은 약 12조원으로 합치면 약 32조원이 되는데요. 자본금은 10조원에 불과합니다. 결국 결합하게 되면 지금의 대한항공보다 재무안정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다른 단점도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조종사, 정비사, 지상직, 관리직, 기내직 등이 합쳐지면 중복되는 직무가 생기겠죠. 그러면 결국 사람이 줄어야 되거든요. 인력의 감축이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조원태 회장은 합병 후에도 인위적으로 직원을 감축시키지 않겠다고 했지만, 실제적으로는 경영혁신, 구조조정, 원가절감, 인력 재배치 등이 필요하거든요. 결국은 중복되는 업무와 인력을 조정해야 수익성이 나온다는 겁니다.

한편, 노조 문제도 있습니다. 노조가 합쳐진 이후 파업을 하게 되면 대안이 없어집니다. 법적으로는 필수지원인력이 있겠지만 고객, 관련 종사자, 하청업체들의 피해가 충분히 예상가죠. 게다가 단체협약이 노조의 몸집이 커질수록 협상이 어려워집니다. 쉽게 말해 노조의 힘이 강해진다는 거죠. 그리고 대안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보이지 않지만, 합병된 독점기업이 파산위기라도 몰리면 무조건 국가의 자본을 도입해서 살려야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한전이 발전회사를 쪼갠 이유 중 하나도 노조 때문입니다. 국가 기간산업인데 파업하면 문제가 커지니까 각 발전소마다 쪼개진 거죠. 합치면 좋은 점도 있지만, 분명히 따라오는 단점도 존재한다는 겁니다. 중요한 산업은 절대 독점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안이 없고, 경쟁이 없다는 건 결국 이용하는 소비자의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걸 의미하거든요.

가장 큰 문제는 항공수요입니다. 항공화물의 운임은 홍콩발로 계산하는데요. 이 운임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kg당 12달러가 넘었는데, 지금은 3~4달러입니다. 홍해사태 때문에 일부 항공으로 가는 물동량은 있으나 추세로 볼 때는 수요가 높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부분을 볼 때 미국 법무부가 승인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승인 이후, 하나의 기업이 됐을 때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이나 비전이 미비해 보입니다.

또한 LCC도 대부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입니다. 진정한 경쟁으로 보기 어렵다는 건데요. 우리나라의 산업들은 대부분 경쟁이 부족한 상황으로 상세히 살펴보면 각 기업들이 독과점 형태거든요. 국민경제 입장에서 보면 과연 이 합병이 바람직하고 좋은 것이냐. 부정적이냐를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기업의 몸집만 커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죠.

본질적인 면에서 보면 과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 우량 글로벌 항공사로 갈 수 있냐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을 찾기 어려워 보입니다.

인수비용은 약 1조5천억원, 정상화까지 한 2조원까지 드는 비용도 문제고, 아시아나항공이 소송 중인 부분도 있어서 우발채무 2375억원까지 확정되면 대한항공이 떠안아야 합니다. 게다가 1년 이내에 만기되는 회사채가 약 1조3천억원입니다. 이런 부분들이나 앞으로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서 항공기도 발주해야 하는 점. 더군다나 대한항공은 모든 기종도 통일할 계획이고요. 공항 터미널의 편의성을 위해 시설도 확장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발전에 필요한 비용, 인수자금 등 필요한 돈이 많습니다.

결국은 인수해서 실익이 무엇인지, 이후에는 고객의 편익 측면에서 서비스, 운임 등을 잘 지킬 수 있느냐. 이런 부분들에서 실질적인 청사진이 필요해 보입니다. 대형 항공사로 가는 건 정말 좋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죠. 다만, 벌어질 여러 일들을 선제적으로 치밀하게 분석하고 설계해서 좋은 방향으로 가주면 좋겠다는 겁니다. 경쟁당국의 승인, 조건부승인 이런 부분들보다는 사실 파산위기까지 거론됐던 기업을 인수했기 때문에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커져갈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