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선물하기' 본질은 사람입니다 (f. 쓸데없는선물)

Author : sjpark-logibridge / Date : 2023. 10. 31. 16:04 / Category :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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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화요일 로지브리지 뉴스레터입니다
2023/10/31 화요일
 
 
 
기업가들은
장애와 기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걸 이해하고,
장애와 기회 둘 다 이점으로
바꿔버릴 수 있는 자들이다
 
- 빅터 키암 -
 
 
글 : SK증권 유승우 연구위원
 
✔ 선물이라는 것


'선물하기'라는 커머스 방식은 좀 특이합니다. 쿠팡에서 '내가 필요한 물건을 산다'라는 것과 '남을 위해서 내가 구매하는 것'은 결이 다른 소비행위인 것 같거든요. 국내를 기준으로 가장 대표적인 기업을 꼽으라면 카카오인 것 같습니다. 카카오가 선물하기라는 형태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심플하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부 카카오톡을 쓰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카카오톡 앱을 접속하면 오늘 생일인 사람이 친구 목록 상단에 보이게 되죠. 이런 것들은 굉장히 사람 냄새가 나는 마케팅 방법임과 동시에 선물하기라는 커머스 방식이 돌아가게끔 만드는 매개가 됩니다.
 
또한 선물하기라는 것은 '남의 물건을 내 돈 주고 사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에 대해서 특이한 패턴을 보이고 있는데요. '누군가에게 생일선물을 준다'라는 개념은 너무 저렴한 것을 줄 수도 없고, 부담될 정도의 비싼 것을 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먼저 가격대라는 게 유의미하게 작용하는 카테고리가 되겠고요.
 
때에 따라서는 콘텐츠가 파생되기도 합니다. 카카오톡에 접속하면 재밌는 부분이 많아요. 인상 깊었던 것은 '쓸데없는 선물'이라는 게 별도의 카테고리화되어 있다는 건데요. 받는 대상에게 효용가치가 있는 생일선물을 주는 게 아니라, 생일선물을 주고받는 요소 자체만으로 콘텐츠의 의미가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인 것 같습니다.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 자체가 모든 사람이 쓰는 메신저이기 때문에 접근성도 높은 편이고요. 이런 부분이 특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압도적인 접속빈도
 
카카오톡 말고도 선물하기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또 다른 플랫폼이 있죠. 배달의민족, 네이버, 쿠팡 등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널리 활용되고 있지 않는데, 여기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카카오톡처럼 매일 수시로 접속하는 앱이 아니기 때문이거든요.
 
물론, 쿠팡 같은 앱을 자주 쓸 수도 있죠. 매일 생필품을 주문하고 바로 로켓배송으로 상품을 받아보는 소비자도 있겠지만, 카카오톡처럼 리텐션(고객 재방문을 유지하는 것)이 높은 것은 아니거든요. 하루에 카카오톡을 접속하는 횟수와, 배달의민족, 네이버, 쿠팡을 접속하는 횟수를 단순하게 생각해 보더라도 압도적으로 카카오톡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카카오톡이 선물하기에 대한 접근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겁니다. 이것이 요즘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거죠. 2023년 연말을 기준으로 연간 거래액이 6조원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몇 년 만에 단기적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보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품목도 다양화되고 있어요. 심지어는 배달의민족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도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전달할 수 있게끔 되어 있더라고요.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파워를 더욱 흥미롭게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 지인 네트워크

카카오톡처럼 접속의 빈도가 높은, 그러니까 사람들이 자주 껐다 켰다 하는 앱들의 경우에는 선물하기와 유사한 커머스 기능을 넣는 것이 가능은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겠죠. 카카오톡은 애초에 실명제로 가입해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는 소셜네트워크에서 출발했습니다. 초기에는 채팅앱이었던 거죠. 
 
그런데 앱 중에서 MAU(월간활성이용자수)가 높은 당근을 예로 들어볼게요. 당근은 커뮤니티화 시키는 단위가 다릅니다. 아는 사람들 간의 커뮤니티라기보다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불특정 다수들 간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플랫폼이거든요.
 
그렇다고 지역을 기반으로 적용해서 이웃집에 선물을 주려고 선물하기 기능을 이용하는 것도 생각하기 어려워 보이고요. 굳이 개발한다면 새롭게 이사를 와서 이웃들에게 떡을 돌리듯, 선물을 돌리는 방식의 틈새시장을 노리는 서비스는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요즘은 그런 문화조차도 없어지고 있죠.
 
카카오톡 선물하기처럼 지인들 간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에서 촉발되는 커머스의 파급력과 하이퍼로컬 단위에서 발생하는 파급력은 다르다는 겁니다. 오히려 당근은 지역에 있는 특정 식당에서만 쓸 수 있는 바우처를 선물하는 방식 등으로 접근할 수는 있겠죠. 기존의 선물하기 기능을 그대로 도입하기는 어려워 보이고, 로컬에서 소구될 수 있는 품목들 위주로 상거래가 발생하고 확장될 여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소셜네트워크 앱인 인스타그램 같은 경우를 보면 이미 쇼핑과 많이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인플루언서 혹은 포스팅한 사람의 옷이나 액세서리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커머스화되고 있죠. 그런데 그것이 선물하기 기능으로 이어질 필요성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 옷이 다른 이용자에게 어울릴 것 같다면 태그를 해서 링크를 타고 구매를 유도하는 방법은 가능하겠지만, 굳이 인스타그램이 커머스 기능을 내재화하고 선물하기 기능을 탑재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 인간관계와 커머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카테고리는 더 확장될 겁니다. 명품 브랜드의 화장품들은 사실 단가가 낮지는 않지만 선물용으로 주기에는 적합한 아이템들 위주로 이미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카테고리는 더 확장될 것으로 보이고요. 
 
좀 더 나아가면 이런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커플이 있고,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프러포즈를 해야 할 상황을 가정해 보면 '프러포즈용' 카테고리를 별도로 구성하는 전략은 충분히 나올 것 같습니다. 카카오톡은 사실 휴머니즘적으로, 인간사의 관계론적으로 커머스를 풀어가는 방향성이 보이고 있거든요.
 
생일 같은 경우도 단순하게 '생일이다' 이게 아니라 어제 생일, 지난주 생일, 작년 내 생일 때 선물을 준 친구 등이 별도로 표시가 됩니다. 이런 것이 기념일 등을 위주로 선물을 주는 날, 줘야 하는 이벤트와 같은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커머스가 발동되고 있는 부분인 거고요. 콘텐츠적으로도 더 풀어낼 수 있겠죠. 따라서 SKU(품목 수)의 범위는 훨씬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물류인프라 확충?
 
명확하게 보이는 맥락은 쿠팡과 나머지 기업들의 차이입니다. 쿠팡은 흔히 표현하는 에셋 헤비(자산 보유) 모델이죠. 사업 시작 단계부터 물류를 내재화해서 대부분의 하드웨어를 직접 안고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기업들은 다릅니다. 네이버만 보더라도 에셋 라이트(자산 투자 최소화) 모델의 대명사거든요.
 
카카오는 커머스 쪽에서 후발주자이므로 더욱 에셋 라이트하게 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명절 때와 같이 선물하기라는 기능이 활발해져서 거래액이 폭발할 때, 물류업계에서는 센터가 터진다고 하죠. 이런 것을 방지하고, 배송 리드타임을 맞추기 위해서 직매입하고 빨리 배송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물류에 대한 대규모 하드웨어 투자가 후행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트럭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카카오아이라스' 등 카카오가 전체적으로 물류전략을 가져가려는 것은 맞지만, 이들 역시 에셋 헤비 모델은 아니거든요.
 
카카오T트럭커도 화주와 차주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지 직접적으로 미들마일 물류를 수행하기 위해서 전국적으로 거점공간을 확보한다거나, 재고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거든요. 카카오아이라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에셋 라이트 모델을 지향하는 듯 보이기 때문에 일부 상거래가 활발해지는 시즌에 전략적으로 하드웨어를 갖추는 전략은 수반될 수 있겠지만, 물류인프라를 확충하고, 하드웨어를 직접 보유하는 방향성은 아닐 것 같습니다.
 
 
✔ 선불 예치금 논란

카카오가 선불 예치금으로 들고 있는 돈이 5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 금액은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커머스에 쓰이는 재원이기도 하고 송금, 이체하는 과정에서 충전되는 돈이기도 합니다. 5천억원이면 단순 은행 적금 이자율만 보더라도 하루에 벌어들이는 돈이 수천만원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가만히 있어도 몇천만원의 이자수익을 얻어갈 수 있다는 거죠.
 
그런 맥락에서 기업들은 선불 예치금을 늘리는 것을 지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쿠팡도 쿠페이머니를 활성화해서 플랫폼에 락인시키는 의도도 있겠지만, 예치금이 쌓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추가적인 부수입이 생기는 거거든요. 반면에 대금에 대한 결제는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죠. 그래서 '선불 예치금은 많은데, 왜 대금 결제는 느리냐' 이런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카카오T트럭커를 비롯한 티맵, KT 등의 다양한 화물 중개 플랫폼들도 빠른 대금 정산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 불공평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되겠죠. 이를테면 '카카오T트럭커는 정산이 빠른데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는 왜 느린가' 등으로 말입니다. 때문에 대금 결제 문제는 많은 기업들이 당면한 문제이고, 조속하게 모두한테 편한 환경으로 변화해 나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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